iOS / 디지털 디바이스

블로그 | 비전 프로 생태계를 망치러 온 애플의 ‘핵심 기술 수수료’

Jason Cross | Macworld 2024.01.31
매 분기 말 회사에 기록 보관용 파일을 제출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메일을 통해 빠르고 쉽고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음에도 회사 정책상 USB 드라이브 형태로 아카이브 관리 직원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준수해야 하므로 매우 오래되고 느리고 작은 USB 드라이브에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담당자에게 골칫거리를 안겨준다. 

이는 '악의적 준수(malicious compliance)'의 한 예다. 정책 혹은 상사의 지시에 반감을 품고 취지를 공공연하게 왜곡하거나 관련 담당자의 업무를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 Getty Images Bank

최근 애플은 EU 디지털 시장법(DMA)을 준수하기 위한 새로운 iOS 앱 스토어 변경 사항을 발표했다. 이 변경 사항은 오는 3월 출시될 iOS 17.4 베타 버전에 포함된다. 수수료 인하 같은 설명은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많은 개발자는 이런 변화를 악의적 준수의 '끝판왕'이라고 부르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새 약관은 위키백과의 악의적 준수 항목에 사례로 나열되어 있다. 


게이트키퍼 수수료

대부분 개발자가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은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앱을 '매년 첫 번째 설치'할 때마다 부과되는 새로운 '핵심 기술 수수료(Core Technology Fee)'다.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앱이라도 1년 동안 처음으로 앱을 설치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 즉, 다운로드 횟수가 300만 건(앱 업데이트, 애플 앱 스토어 외부 소스에서 다운로드한 경우 포함)인 경우 200만 명의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당 0.50유로(약 721원)의 핵심 기술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애플은 개발자가 현행 규정과 새 규정에 따라 지불해야 할 금액을 확인하고 새로운 규정이 기존 사업에 미칠 영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수수료 계산기와 보고서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다운로드 수, 판매량, 앱스토어 배포 여부, 구매가 애플에서 처리되는지 여부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다. 

개발자들이 수수료 계산기를 사용해 본 결과, 애플 플랫폼을 통해 앱을 배포거나 결제를 처리하지 않더라도 앱 수익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서드파티 결제 처리 및 앱 스토어 수수료를 더하면…

현재 약관에 따르면, 사용자가 500만 명이고 연 매출이 200만 유로(약 28억 8,700만 원)인 앱은 한 달에 4만 6,000유로(약 6,600만 원)를 지불한다(EU 기준). 새로운 약관을 적용하면 월 19만 7,000유로(약 2억 8,400만 원) 이상으로 증가하며, 앱 스토어나 애플의 결제 처리 방식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월 16만 6,000유로(약 2억 4,000만 원) 이상을 지불하게 된다. 개발자가 기기 액세스 권한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이며, 서드파티 앱과 경쟁하는 애플의 자체 앱은 기술적으로 지불할 필요가 없는 수수료다. 
 

개발자가 필요한 시기에 반감을 사는 애플

모든 것의 배경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출시되는 애플의 주요 신제품이 있다. 아이폰 이후 가장 중요한 개발 영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 비전 프로다. 

3,499달러짜리 애플의 공간 컴퓨터에서 현재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많지 않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구글의 거의 모든 앱까지 비전OS용으로 제작된 것은 없다. 이런 앱은 네이티브 '공간 컴퓨팅' 버전이 없을뿐더러 아이패드용 앱이 비전 프로 화면에서 실행되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는 큰 문제다. 사용자 100만 미만의 앱 개발자는 비전OS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1,000만 사용자를 보유한 앱 개발사라도 대부분은 비전 프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 1년에 5,000만~6,000만 대의 판매량만으로는 비전 프로용 앱을 만들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앱이 많지 않다면 애플로서는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혼합 현실 기기에 수천 달러를 지출하도록 정당화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후속으로 출시될 헤드셋 가격이 1,000달러에 불과하더라도 앱이 없다면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비전 프로가 성공하려면 개발자의 호의가 필요하다. 이 기기에 적합한 앱을 개발할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은 자만할 때가 아니라고 애플에 말해주고 싶다. 애플은 개발자에게 허리를 굽히고 자사 플랫폼을 가능한 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새로운 EU 약관은 아직 비전 프로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비전 프로 앱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비전 프로가 출시되는 중요한 시점에 애플 비판론자를 화나게 하고 규제 당국을 자극하기 위해 고안된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용어로 개발자의 호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최악의 조치다. 
editor@itworld.co.kr
Sponsored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