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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적의 교본을 이용하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로남불”

Preston Gralla | Computerworld 2023.10.13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은 25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에 제기한 소송과 유사하다. 두 경우 모두 정부는 두 회사가 독점력을 이용해 경쟁업체를 죽이고 지배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 Getty Images Bank

운명의 장난처럼 지난주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를 구글 소송의 핵심 증인으로 소환했다. 나델라는 구글이 검색 지배력과 막대한 자금을 부당하게 사용해 전 세계 수억 대의 스마트폰에서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만들어 경쟁업체를 죽인 방법을 설명했다.

하지만 나델라의 증언에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사실이 빠져 있다. 구글은 수십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해 수많은 경쟁업체를 죽이고 인터넷의 게이트키퍼가 되려고 시도했을 때 완성한 교본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파울”을 외칠 차례이다. 나델라는 구글이 검색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AI 분야까지 독점력을 확장했다며,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조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글의 검색 지배력

구글의 검색시장 지배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스태티스타(Statista)의 2023년 7월 데이터에 따르면, 구글은 검색 시장의 83.5%를 점유하고 있다. 빙의 점유율은 9.2%에 불과하다. 하지만 숫자는 잠시 잊어버리자. 구글 소송에서 나델라가 증언한 내용을 보면, 구글의 검색 지배력을 실감할 수 있다. 나델라는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고 구글에서 검색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떻게 이런 독점력을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구글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구글의 검색엔진이 그 어떤 검색엔진보다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누군가 더 나은 검색엔진을 구축하면, 전 세계가 그쪽으로 몰려들 것이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구글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는다면,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구글은 검색 시장 독점을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무기일까? 구글은 애플, 삼성, 버라이즌 등을 포함해 스마트폰 제조업체, 브라우저 제조업체, 이동통신사에 연간 약 100억 달러를 지불하고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법무부의 수석 법정 변호사인 케네스 딘처는 재판 첫날 이 돈이 신생 업체를 죽이고 검색 경쟁업체를 막는 데 사용되는 "강력한 전략적 무기"라고 지적했다.

딘처는 "이 피드백 루프는 12년 이상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항상 구글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나델라 역시 이를 지적하며, 구글의 독점 때문에 이제 인터넷은 "구글 웹"이라고 불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가 구글이 운영체제와 디바이스의 기본 선택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독점을 확대했다고 불평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경쟁 브라우저를 죽이고 전 세계 사용자가 인터넷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지키기 위해 PC 제조업체에 자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웹 브라우저로 사용하도록 강요한 것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마이크로소프트를 조사했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부의 처벌에 일부 동의해야 했다. 이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죽었고, 대체 브라우저인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도 마찬가지 처지이다.
 

기본값의 중요성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증인석에 선 나델라는 애플과의 협상을 통해 iOS의 기본 브라우저인 사파리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빙을 채택하도록 하려 했지만, 애플이 이를 거절했다고 확인했다. 구글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려 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협상에서 150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고 모든 수익을 애플에 넘길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iOS에서 빙 브랜드를 숨기고 애플이 원하는 모든 개인 정보 보호 제한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나델라는 "사용자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본값(Default)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며, 검색엔진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가짜"라고 말했다. 이는 25년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독점 재판에서 진술한 내용과 정반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그렇게까지 iOS의 기본 검색엔진이 되고자 했을까? 나델라는 법정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을 인정했는데, 구글이 빙보다 더 나은 검색엔진이라는 사실이다. 그 이유에 대해 나델라는 빙보다 구글에서 더 많은 검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글이 검색을 개선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나델라는 iOS의 기본 검색엔진을 빙으로 대체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엔진을 개선하여 구글보다 더 나은 검색엔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iOS의 기본 검색으로 빙 대신 구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델라는 애플은 구글이 지메일이나 유튜브 같은 인기 서비스를 이용해 사파리를 크롬으로 바꾸도록 유인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애플은 구글의 검색엔진이 빙보다 낫기 때문에 구글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검색 시장 다음은 생성형 AI

나델라는 구글이 검색 시장의 독점력을 이용해 생성형 AI 시장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는 학습에 사용하는 콘텐츠만큼 강력해지는데, 구글이 콘텐츠 소유자와 독점 계약을 맺어 자사의 바드 AI를 학습하는 데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나델라는 "지금 퍼블리셔들과 만나면 구글이 수표를 주며 독점 계약을 맺으려고 하니 마이크로소프트도 그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고 증언했다.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매하기 위해 퍼블리셔를 만나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과 다를 바가 없는데, 무엇에 대해 불평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보다 더 쉽게 거액의 수표를 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가 총액 2조 4,500억 달러로, 1조 7,500억 달러인 구글보다 7,000억 달러 더 크고, 수익도 893억 1,000만 달러로 738억 8,000만 달러인 구글보다 155억 1,000만 달러 더 많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선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본값을 사용해 시장을 독점하고 확장하는 방법에 대한 교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었는데, 이제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보다 교본을 더 잘 따른다고 불평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글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25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었고, 오늘날 구글이 그렇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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