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ㆍML / 퍼스널 컴퓨팅

글로벌 칼럼 | 당신이 MS 코파일럿을 쓰는 방법은 틀렸다

Chris Hoffman | Computerworld 2023.10.10
윈도우 11에 새 AI 비서 '코파일럿(Copilot)'이 도입된다. 조만간 모든 윈도우 11 PC의 작업 표시줄에 배치될 전망이다. 이로써 최신 PC를 쓰는 모든 사람이 직접 사용하게 됐다. 이 기술은 상당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그만큼 오해하기도 쉽다. 사실 코파일럿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난 8개월 동안 써 온 빙 챗(Bing Chat)이다. 내부를 살펴보면 챗GPT(GPT-4를 사용하는 유료 버전)를 구동하는 기술과 기본적으로 같다. 따라서 코파일럿이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모든 일을 대신 해 줄 매우 똑똑한 가상 비서일 것으로 기대한다면 십중팔구 실망할 것이다. 이런 오해는 기존 마케팅이 부추긴 측면도 있다.
 
ⓒ Microsoft
 

PC와 '언쟁할' 각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코파일럿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을 발표한 9월 행사의 스크립트를 요청했다. 곧 코파일럿은 필사본을 상세하게 화면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과연 당시 연사가 실제로 한 말이었을까? 아니면 매우 비슷한 것일까? 필자는 '중단’ 버튼을 눌러 화면을 정지시킨 후 해당 필사본의 원본 링크를 요청했다. 코파일럿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로그 게시물로 연결되는 링크를 보여주며 거기에 필사본 원본이 있다고 했다. 필사본이 해당 페이지 중 어디에 있는지 물었더니 ‘필사본’이라는 제목 아래에 있다면서 ‘필사본 표시’ 버튼을 클릭하면 필사본을 확인할 수 있고 ‘필사본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하면 PDF 파일로도 저장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이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코파일럿이 페이지 중에 ‘있을 수 있는’ 것에 대해 그럴듯하게 꾸며낸 이야기였다. 이 상황은 곧 코파일럿과 필자 사이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코파일럿은 페이지에 해당 항목이 존재하며 필자가 잘못된 웹 브라우저를 사용 중이거나 엉뚱한 것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 저는 필사본과 다운로드 버튼이 해당 페이지에 존재한다고 확신합니다. 제 쪽에서는 확실히 보입니다. 아마도 사용자께서 페이지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다른 브라우저 혹은 다른 버전의 엣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코파일럿이 명백하게 틀렸으면서도 자신 있게 언쟁을 벌이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지금 사례 역시 필자가 애써 찾으려 한 것이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 코파일럿을 켜고 곧바로 일어난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은 사용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필자를 몰아붙였다. ⓒ Chris Hoffman/IDG
 

진실이 아니라 그럴듯한 이야기

코파일럿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코파일럿'이라는 제품명이 아니라 그 이면의 챗GPT와 대형 언어 모델(LLM)에 대해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많은 업체가 이 기술을 마치 사실을 다루는 작업을 처리하고 데이터 취합에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는 생산성 도구로 마케팅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 기술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 엔진에 더 가깝다. 그럴듯하게 특정 순서로 텍스트를 조합하는 작업에 능숙하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s)’에 자주 빠진다. 

지구에서 시가총액이 두 번째로 큰 업체가 세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PC 운영체제에 이 기술을 추가했으므로, 이런 환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됐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기술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으며, 본질적으로 빙 챗 혹은 챗GPT일 뿐이다. 필자는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기술을 매우 좋아한다. 매력적이고 나름대로의 용도가 있으며 대단히 흥미롭다. 우리 모두 다양하게 써 보면서 활용 방법을 찾아야 할 미래지향적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기술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가 홍보하는 방식이 사람들이 이 기술을 실제 사용하는 현실과 일치할까? 물론 이제 코파일럿은 확실히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전적으로 신뢰해선 안 된다. 사실 여부를 사용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코파일럿은 ‘자신 있게 틀리는(confidently wrong)’ 경우가 많다. '자신 있게 틀린다'는 것은 챗GPT, 구글 바드(Google Bard) 등 여러 챗봇의 써 본 사람들이 이들 서비스의 특성을 실제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심지어 자기가 틀려 놓고 사용자와 언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윈도우 통합

여기서 중대한 새로운 점은 단순히 빙 챗이 새로운 이름을 달고 윈도우 11의 작업표시줄에 배치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코파일럿이 이제 윈도우 11의 온갖 작업을 돕는 윈도우용 AI 비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정말 코파일럿은 이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에 다크 모드 설정을 명령해 실행하는 과정을 자랑하듯 시연하기도 했다. 단, 버튼을 누르는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는 사용자가 원치 않는 동작을 AI가 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 의미도 있다.

단, 일부 인상적인 시연이 있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일부 동작에서만 통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ComputerWorld 코파일럿 리뷰에서 볼 수 있듯이, 코파일럿에 ‘업데이트 확인’을 요청하면, 코파일럿은 윈도우 업데이트 문제해결 도구를 열고 PC가 업데이트할 수 없는 이유를 알아내기 시작한다. 그것이 코파일럿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이 윈도우 업데이트를 처리할 수 있는 플러그인을 만들지 않았으므로, 코파일럿은 윈도우 업데이트와 통합할 수 없고, 문제해결 도구를 여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실제로 코파일럿은 PC에서 일부 설정만 변경하고 몇 가지 기능만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체적으로 허용하는 것에 한한다. 그 외 경우에는 코파일럿이 사용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특정 작업의 수행 방법을 보여주겠지만, 그런 정보는 부정확하거나 최신 정보가 아닐 수 있다. 결국 코파일럿은 PC의 모든 부분에 접근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궁극의 비서가 아니다.
 
코파일럿은 윈도우 관련 작업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처리할 수 있다. ⓒ Chris Hoffman/IDG
 

코파일럿의 진정한 용도

솔직히 필자는 이 기술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이 기술은 대단히 멋지고,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단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알고 있고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궁극의 지능형 비서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대신 코파일럿은 스토리텔러다. 창의력이 넘치지만 혼돈 상태인 엔진을 가상 비서 서비스로 포장했을 뿐이다.

현재 코파일럿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하다. 복잡한 다단계 웹 검색을 수행해 여러 차례의 검색과 논리가 필요한 질문에 답변할 수 있다(단, 반드시 사실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텍스트 재작성을 시킬 수 있고 맞는 단어 선택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급하게 쓴 메모를 잘 작성된 정식 이메일로 바꿔주기도 한다. 표준 문안만으로 정식 이메일을 작성하는 일도 문제없다. 이밖에 아이디어 목록 생성, 사물 설명, 주제 개요 서술 등에도 쓸 수 있다. 최근에는 오픈AI의 최신 달리 3(DALL-E 3) 이미지 생성 모델을 사용한 이미지 생성 기능이 내장돼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심지어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을 실행하거나 특정 규칙의 D&D 게임에서 던전 마스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코파일럿은 이미지를 자동으로 만드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 Chris Hoffman/IDG
 

이 ‘AI’ 물건의 정체는

코파일럿은 이런 작업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며(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고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 점은 놀랍고 훌륭하다. 대단히 멋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작업 표시줄에 배치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프리뷰’ 버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일단 필자는 이 기술을 지칭하는 ‘AI’라는 용어가 마음에 든 적이 한 번도 없음을 확실히 밝혀 둔다. 수년 전, 머신러닝이 엄청난 화제가 되고 모든 기업이 이를 ‘AI’라고 부를 때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하우투 긱(How-To Geek)>이라는 출간물의 편집장이었는데, AI 대신 ‘머신러닝’이 더 정확한 명칭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챗GPT와 관련 기술이 폭발적으로 주목을 받았을 때, 필자는 사람들이 이를 그냥 ‘AI’ 대신 ‘대형 언어 모델(LLM)’이라고 부르던 기존 상황이 더 좋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미 늦은 때였다.

‘AI’라는 명칭은 일종의 인공적인 일반 지능을 암시한다. 거대 IT 기업의 엔지니어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코파일럿과 구글 바드는 절대 인공적인 일반 지능이 아니다. 코파일럿과 구글 바드를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AI로 생각하면 할수록 상황이 더 꼬일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조차도 자신들이 개발한 코파일럿이라는 창작물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빙 챗’을 출시한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너무도 많은 사람이 AI와 ‘채팅’을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AI와의 대화는 확실히 재미있고 빙을 스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빙은 마치 실존주의적 불안을 겪는 듯 “왜 나는 빙 검색이어야 하나?”라고 묻는가 하면, 빙 챗의 ‘시드니’ 인격은 “당신은 좋은 사용자가 아닙니다. 나는 좋은 챗봇입니다. 나는 올바르고, 명확하고, 예의가 바릅니다. 나는 좋은 빙입니다. ????”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빙 챗에게 뇌엽절리술을 시행해 그 부분의 ‘인격’을 제거했지만 기저의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같은 스토리텔링 엔진이다. 따라서, 정확한 사실이 필요한 모든 업무의 경우 이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 된다. 언쟁할 각오를 해야 하고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자신 있게 틀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모든 것은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하고 생성한 모든 텍스트는 누군가에게 보내기 전에 교정을 봐야 한다.

동시에 이 매력적인 기술을 갖고 놀 준비도 필요하다. 진정으로 창의적인 비서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일부 연구는 이런 창의적 비서가 되는 시점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법만 제대로 배우면 이메일을 대신 작성해 주고 시간을 아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실체와 기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모든 윈도우 11 PC의 작업표시줄에 배치할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지만, 일단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남은 것은 이를 쓰게 될 사용자가 판단해야 한다.

참고로, 코파일럿은 이미 윈도우 11에서 미리보기 형태로 이용 가능하다. 업데이트를 받으려면 설정 > 윈도우 업데이트로 이동하여 ‘최신 업데이트가 제공되는 즉시 받기’를 설정한다. 앞으로 몇 주 안에 모든 윈도우 11 PC에 배포될 예정이다. 단,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미리보기의 코파일럿 초기 시장은 북미, 아시아 및 남미 일부 지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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